막내딸의 결혼식이 열리는 발리로 향하기 전,
우리는 싱가포르에서 네 번의 특별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저에게는 세 번째 방문이었지만, 남편에게는 생애 첫 싱가포르 여행이었어요.
딸이 싱가포르에 살고 있어, 결혼식 전 조용한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4일 먼저 도착하기로 했습니다.
싱가포르는 늘 반가운 품처럼 우리를 맞아주었어요.
우거진 정원, 반짝이는 스카이라인, 그리고 낯설면서도 익숙한 도시의 리듬.
동남아가 처음인 남편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눈부셨고,
저에게는 오랜만에 다시 찾은 부드러운 귀향 같았지요.
Day 1: 가든스 바이 더 베이 ( Garden by the Bay)와 싱가포르의 다양한 얼굴
비행기에서 내리자, 습기 어린 공기가 마치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듯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건조한 기후에 익숙한 저희에게 습하고 더운 동남아 날씨는 더 덥게 느껴지네요.
첫 번째 행선지는 Gardens by the Bay.
17시간 긴 비행이었지만, 새벽에 도착한 후라 아침 식사를 천천히 하고나서
부담 없이 둘러보기 좋은 곳으로 시작했어요.
남편에게 꼭 보여주고 싶던 Cloud Forest Dome 안으로 들어섰을 때,
거대한 인공 폭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개가 우리를 감싸 안았습니다.
구름 사이를 걷는 듯한 기분.
꿈결 같은 시간 속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 Tip:
아침 일찍 방문하면 인파를 피할 수 있어요.
상층부 'Cloud Walk'를 꼭 걸어보세요.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화려한 세계 각국의 꽃들이 가득한 Flower Dome을 둘러봤습니다.
눈과 마음이 모두 풍요로워지는 곳이었어요.
오후에는 싱가포르의 다양한 문화를 느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리틀 인디아의 향신료 향기,
아랍 스트리트의 황금빛 모스크,
차이나타운의 활기찬 시장 골목까지.
싱가포르는 도시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였어요.
Day 2: 보타닉 가든 산책, 오차드로드 쇼핑, 키 (Quay)
다음 날 아침, Singapore Botanic Gardens에서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초목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햇살과, 새들의 노래.
National Orchid Garden에서는 수백 가지 난초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색감을 만났어요.
🌿 Tip:
편한 신발을 신고 천천히, 오래 걸어보세요.
싱가포르의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오후에는 오차드 로드로 이동해,
화려한 쇼핑몰들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어요.
- ION Orchard
- 다카시마야(Ngee Ann City)
- TWG 티 살롱
- Bacha Coffee
쇼핑에 관심이 없어도, 오차드로드는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거리입니다.
저녁 무렵, 클락키(Clarke Quay)로 가서
리버크루즈를 타려고 했는데 멀라이언을 구경하고 마리나 베이 샌즈가 한눈에 보이는
야외 레스토랑에 앉아 아름답게 저물어가는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조금 지나니 어둠이 내려앉은 강 위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였고,
강물에 비친 빛들이 황금빛을 이루더군요. 그리고 레이저 쇼!
싱가포르의 로맨틱한 밤을 만끽한 시간이었습니다.
Day 3: 버드 파라다이스, 마리나 베이 샌즈 ( Marina Bay Sands), 수퍼트리 쇼 (Super Tree Show)
셋째 날은 조금 특별한 곳,
새롭게 오픈한 Bird Paradise를 찾았습니다.
넓은 오픈 에어 에비어리에서
수백 종의 새들이 자유롭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시간이 맞으면 새 쇼도 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폭포 존을 지나,
붉은 깃털의 스칼렛 이비스들이 머리 위를 스쳐가는 순간은 정말 잊지 못할 기억입니다.
새나 동물을 특별히 좋아하는 남편이 무척 좋아했어요. 평소에 볼 수 없는 특이한 새들이 많아 아주 즐거워 했답니다.
🐦 Tip:
버드 파라다이스는 천천히 둘러보려면 최소 3시간 정도 잡으세요.
오후에는 마리나 베이 샌즈로 이동해
스카이파크 전망대에서 싱가포르 전경을 바라봤습니다.
57층 높이에서 내려다본 싱가포르는
작은 보석처럼 빛났어요.
저녁은 특별했습니다.
LAVO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딸과 예비 사위와 함께 저녁을 먹었어요.
야외 테라스 자리에서 식사를 하며 바라본 도시의 야경은,
마치 꿈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이 루프탑 레스토랑은 음식도 맛있지만, 야외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나가서 빙 둘러 싱가포르를 내려다볼 수 있어요.
뷰 맛집, 음식 맛집입니다.
* 알고 가세요~
루프탑 중앙에 위치한 인피니티 풀은 호텔 손님들만 사용할 수 있어서, 레스토랑 손님들은 입장이 불가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Gardens by the Bay로 돌아가
Supertree Grove Light Show를 감상했어요.
마침 남편이 좋아하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왈츠'를 시작으로
거대한 수퍼트리들이 빛을 내뿜는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던 시간.
그 순간만큼은 정말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더군요.
Day 4: 나를 위한 힐링 데이
여행 마지막 날은 조금 여유롭게 보냈습니다.
오전에는 오차드로드의 스파를 찾아
고급 코리안 스킨케어 페이셜 관리를 받았어요.
얼굴 윤곽을 부드럽게 다듬어주는 섬세한 핸드 마사지였는데,
마치 숨겨진 경혈을 자극하는 듯한 깊은 이완감을 느꼈습니다.
(가격은 다소 있었지만,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이후에는 네일 케어와 속눈썹 연장으로 작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선물한 소소한 기쁨이었어요.
남편은 오차드로드의 거대한 쇼핑몰들을 다니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습니다.
저녁은 1894년에 지어진 전통적 푸드 센터,
Lau Pa Sat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시끌벅적한 호커센터에서
사테, 해산물 요리, 그리고 한국음식 코너에서 냉면도 먹었어요.
싱가포르의 일상과 열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더 있다면: 센토사 섬 추천!
이번 여행에서는 가지 않았지만,
만약 시간이 넉넉하다면 Sentosa Island도 추천합니다.
- 실로소 비치, 팔라완 비치
- 스카이라인 루지, 짚라인, 케이블카 체험
-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
아이들과 함께라면 특히 좋은 코스입니다.
싱가포르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닙니다.
정원과 도시, 수백 개의 작은 세계들이 하나의 풍경처럼 어우러진 곳.
그리고 매번 다시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싱가포르를 제 미래 사위의 아버지가 '어른들의 디즈니랜드'라고 하셨다고 해요.
저는 내내 '다채로운 테마를 품은 라스베이거스'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짧지만 깊었던 이 네 번의 아침을, 소중하게 마음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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