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3일간의 유럽 여행기 (연재)

[유럽 여행기 Day 4] 독일 튜빙엔, 넥카강 펀팅과 피아와의 따뜻한 하루

by Traveling Kuris 2025. 4. 29.

 

튜빙엔의 대표 사진.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일세가 알려줌
튜빙엔의 대표 사진. 아는 사람은 모두 이 다리위에서 이 뷰를 찍더라고요. 저도 일세가 알려주어서 찍었어요. ㅎ

수다쟁이 피아와의 첫 만남

생면부지였던 피아가
오늘 하루를 온전히 우리를 위해 내어주기로 했습니다.
한 시간을 운전해 달려와,
중세 도시 튜빙엔(Tübingen)을 투어 시켜주고,
펀팅 뱃놀이까지 예약해두고,
저녁까지 대접해 준다고 하네요.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길래,
얼굴도 모르는 우리에게 이렇게 정성을 쏟을까요?

 

울리, 그리고 피아

피아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그의 대부였던 울리를 소개해야 할 것 같네요.
20여 년 전,
스티븐이 누나 캐롤린과 함께 멕시코 여행을 갔을 때,
우연히 호텔에서 울리를 만나 친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따뜻하면서도 개성 넘쳤던 울리와의 인연은,
그 후로도 이어져, 스티븐은 유럽을 방문할 때마다
슈투트가르트의 울리를 꼭 찾아갔다고 해요.
울리는 결혼하지 않은 평생 동안
피아를 진짜 아들처럼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86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진심을 담아 울리를 기억하는 사람

울리의 갓선 (God Son) , 피아는
울리의 유품을 직접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 수천 장의 사진
  • 수백 통의 편지
  • 지인들의 연락처와 사연들

이 모든 것을
종류별, 연대별로 분류해 아카이브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피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울리라는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피아는 또 어떤 따뜻한 사람인지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진심은,
이렇게 또 다른 진심을 부르는 법이니까요.

 

튜빙엔으로 향하는 길

"자, 이제 출발해야 해."
피터의 말에 피아의 이야기를 아쉽게 접고,
우리는 튜빙엔으로 향했습니다.
튜빙엔(Tübingen)은
젊은이들의 활기로 가득한 중세 도시입니다.
그리고 독일에서 하이델베르크 다음으로 큰 대학도시에요. 

  • 고풍스러운 돌바닥 골목
  • 알록달록 독일식 건물들
  • 강가를 따라 이어진 울창한 나무숲

도시를 가로지르는 넥카강(Neckar River)은
작은 천국처럼 평화로운 풍경을 품고 있었습니다.

 

강가에 아름답게 서있는 홀더린 타워
시인 프레드리히 홀더린이 죽을 때까지 살았다는 홀더린 타워

넥카강 위의 펀팅 뱃놀이

튜빙엔에서 빠질 수 없는 즐길 거리,
바로 펀팅(Punting)입니다.

  • 긴 막대로 강바닥을 밀어 움직이는 납작한 배
  • 마치 베니스 곤돌라 같지만 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 우리 일행은 5명이었기에 한적하고 여유로웠습니다.

출발 전,
맥주 한 병씩 들고 타라는 안내에 따라
우리도 독일 맥주를 들고 배에 올랐어요.
독일인 답죠? 
강가를 따라 펼쳐진 독일 특유의 고풍스러운 건물들,
푸른 숲과 투명한 물살,
상쾌한 공기와 따스한 햇살.
모든 것이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이곳에서 펀팅은 must to do 입니다.

펀팅하는 배 모습
사공이 긴 막대로 바닥을 짚어가며 배가 밀면서 가요.

중세가 숨 쉬는 튜빙엔

펀팅을 마친 후,
우리는 중세 골목을 탐험했습니다.

  • 수백 년 된 건물들
  • 마켓 광장에 위치한 화려한 시청사
  • 길가의 카페와 노천 시장

특히 1400년대에 세워진 시청 건물은
청동색 지붕과 정교한 외벽 장식이 아름다웠습니다.

 

튜빙엔 시청 건물 사진
마켓 광장에 위치한 튜빙엔 시청건물이에요.
마을 곳곳에 보이는 중세시대 건물
이곳의 모든 건물은 중세부터 약 200여년 전까지 지어졌다고 해요.

튜빙엔 성(Schloss Hohentübingen)에서 내려다본 풍경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튜빙엔 성에 올라,
넥카강과 멀리 펼쳐진 산의 계곡을 내려다보았습니다.
1078년에 처음 기록된 이 성은
수백 년 동안 개축과 증축을 거듭하며,
지금은 대학과 연구기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성 안에는 학생들과 교수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습니다.
역사의 무게와 젊음의 에너지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곳이었습니다.

 

튜빙엔 성 모습
튜빙엔 성
튜빙엔 성입구에서 포즈를 취하는 스티븐, 피아, 일세
성의 입구. 스티븐, 피아, 일세

수다쟁이 피아와 함께한 따뜻한 시간

타운으로 내려와
노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숨을 돌렸어요.
그동안 우리는 마치 수십 년 지기처럼
서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 자신이 가진 것
  • 살아온 이야기
  • 소소한 실수까지

아는 것이 많은 피아는 그 중에서도 유난히 말을 많이 했지만,
그는 말을 예쁘게 할 줄 아는 사람일 뿐아니라 배려가 돋보이는 사람이었어요.

 

넥카강과 펀팅 보트
펀팅 보트, 잔잔한 강과 알록달록 건물, 그리고 강둑에 앉아있는 학생들


따뜻한 저녁, 그리고 깊어진 우정

저녁은 피아가 예약한 오래된 고택 비어가든에서 함께했어요.

  • 고풍스러운 나무기둥
  • 곳곳에 깃든 옛 이야기들

하루 종일 이어진 대화와 웃음,
그리고 울리를 추억하며 나눈 진심어린 이야기들.
문득 생각했습니다.
울리는 참 좋은 인생을 살았구나,
마음 깊이 느껴졌습니다.

튜빙엔 거리 모습

이날의 잊지 못할 하이라이트~

  • 튜빙엔에서 만난 따뜻한 인연
  • 울리의 삶을 정성껏 정리하는 피아의 이야기
  • 한 폭의 그림 같았던 넥카강 펀팅
  • 수백 년의 시간을 품은 중세 도시 탐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