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노이를 하루 반만에 정복하는 법을 소개해보려고 해요.
저희는 하노이에 늦게 도착해서, 다음날 아침 하롱베이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온 일정이라…
돌아와 보니, 하노이에 남은 시간은 고작 하루 하고 반나절뿐이었답니다.
그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우리는 정말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짰어요.
저희처럼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여행자들께, 이 여정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오후 4시, 하롱베이에서 돌아온 그 순간부터
짐을 풀고, 잠깐 숨을 고른 뒤
해질 무렵 우리가 묵고 있는 하노이 올드 쿼터(Old Quarter)에서 가장 분주한 지역으로 향했어요.
이 도시의 심장 같은 공간이자, 하노이의 가장 혼잡하고도 매혹적인 구역.
여행 유튜버가 추천한 핫플레이스, Highlands Coffee 2층 자리를 찾아갔지만—
불행히도 저는 발리에서 미끄러져 다친 무릎 때문에 그 계단을 오를 수 없었어요.
커피 대신 아쉬움을 삼키고, 그랩을 불러 다른 곳으로 향하기로 했죠.
그런데!
미리 그랩을 예약하지 못한지라, 길가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그랩 마크를 단 기사님이
"10만 동이면 데려다줄게요."라고 해서...
사실 앱에서는 3만 동 정도였지만, 기다릴 시간도 없고, 저녁이 되니 귀찮기도 하고...
그냥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 바로 'Train Street'
하노이 하면 떠오르는 그 이미지—
기찻길 옆을 따라 작은 카페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사람들 바로 옆을 기차가 빠르게 통과해가는 그 곳.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은 저녁 7시 45분.
우리는 작은 카페에 자리를 잡고,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베트남식 커피를 주문했어요.
에그 커피, 그리고 코코넛 커피.
에그 커피는 말 그대로 달걀 노른자를 설탕과 휘핑해 올린 커피인데,
놀랍게도 정말 부드럽고, 달콤하고, 향이 좋았어요.
한 잔 마시자마자 “왜 이걸 진작 안 마셨지?” 싶었죠.
에그 커피는 그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음료였어요.
노른자를 거품처럼 부드럽게 휘핑해서 올린 커피라니, 처음엔 망설여졌죠.
‘비리지 않을까?’ ‘계란 맛이 너무 강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첫 모금에 모든 우려가 사르르 사라졌습니다.
노른자의 고소함과 설탕의 은은한 단맛, 그리고 진한 커피의 조화.
마치 티라미수 크림을 따뜻한 에스프레소 위에 올린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겉은 포근하고 부드러운데, 안쪽 커피는 깊고 진하게 퍼지며 입 안을 감싸줍니다.
컵을 두 손으로 감싸고, 기차가 지나가기 전의 설렘과 함께 이 한 잔을 마시는 순간—
그건 그냥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아니라,
이 도시가 주는 온기와 이야기를 한 모금씩 음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노이에 오신다면, 꼭 기차길 옆 작은 카페에서 뜨거운 에그 커피 한 잔을 드셔보시길 추천드려요.
그 순간은 아마, 여행 전체에서 가장 따뜻하게 기억될지도 몰라요.
하노이 여행하실 땐 꼭 드셔보셔요.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
어둠을 가르며 다가오는 불빛이 먼저 우리를 찾아왔어요.
생각보다 훨씬 거대한 기차 한 대가
정말로, 사람 바로 앞을 스치듯 지나갑니다.
어떤 사람들은 빈 맥주병 뚜껑을 선로에 올려두고,
기차가 지나가며 납작해진 그것을 기념품처럼 챙기더라고요.
그 모습이 왠지 낭만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트레인 스트리트는 그 자체가 하나의 체험형 시네마 같았어요.
좁디좁은 골목, 바로 앞까지 다가오는 기차,
그리고 양쪽으로 늘어선 수많은 카페와 사람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기차가 도착하기 몇 분 전,
카페 사장님은 부지런히 테이블을 안쪽으로 옮기고
“조심하세요!” 하고 웃으며 외쳤습니다.
그 모습이 처음엔 약간 연극처럼 느껴졌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와 함께
진짜가 다가온다는 실감이 가슴을 뛰게 만들었어요.
어둠을 가르며 나타난 거대한 기차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훨씬 가까웠고,
그 속도는 무섭다고 느껴질 만큼 빨랐습니다.
앞자리에 앉은 우리는 몸을 최대한 벽 쪽으로 밀착하며
“이게 진짜 가능한 일이야?” 라고 중얼거렸지요.
그리고 나서—
기차는 휙, 큰 소리와 함께 지나가고,
공기에는 진동과 철길의 울림이 잠시 남았습니다.
그 긴장감과 아찔함 속에서도,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어요.
모두가 무사히 ‘하노이의 마법’을 경험한 거죠.
기차가 지나간 뒤엔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뜨거운 커피 잔을 다시 손에 쥐고, 여운을 곱씹으며
“이거…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답니다.
밤은 그렇게 조용히, 그리고 풍성하게
배가 고플 틈도 없이, 커피와 간식이 우리의 저녁이 되어주었고
우리는 다시 조용히 호텔로 돌아왔어요.
다음날의 일정을 위해 몸을 눕히자마자
피곤이 밀려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답니다.
평소엔 불면으로 고생하는 우리 부부지만
동남아에 오니 신기하게도 아침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이 낯선 변화가 꽤 근사하더라고요.
물론 미국에 돌아가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겠지만요. :)
하루 반, 그 첫날 오후는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낯선 도시에서의 모험은 언제나 완벽하지 않지만,
그 어설픔이 우리 여행의 기억을 더 선명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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