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60세가 되는 저와 70세를 맞는 남편의 생일을 어떻게 기념할까 고민하다가,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남편이나 아이들이 뭘 해주려나?'라며 기대하고 기다리기 보다는 제가 뭐든 계획하고 실행하는 편이에요. ㅎㅎ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긴 여행을 쉽게 떠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매년 봄방학이 있는 4월에 약 3주간 여행을 가는 전통이 생겼죠.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2024년 4월 초로 여행 시기를 정하게 되었어요.
왜 그리스였을까?
행선지는 그리스로 정했지만, 막상 그리스는 저에게 막연한 이미지로만 남아 있던 나라였어요.
현실감보다는 꿈같고 낭만적인 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컸죠.
정보도, 계획도 없는 상태였지만, 그런 막연함이 오히려 더 궁금함을 자극했고,
"이런 기회가 아니면 갈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그리스가 이번 여행지로 결정되었답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웬만한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여행해 봤어요.
늘 유럽을 사랑하지만, 그리스는 한 번도 '다음 목적지'로 떠올린 적이 없었죠.
정보가 많지 않고, 거리도 멀고, 여행 코스를 짜는 것도 복잡하다 보니
그동안은 잘 알고 익숙한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을 주로 선택했거든요.
그럼에도 이번만큼은,
특별한 생일 + 가족 여행 = 로맨틱한 그리스!
라는 공식이 떠올라 바로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냈죠.
“2024년 4월, 우리 가족은 그리스로 여행을 떠납니다. 꼭 일정 비워놔요!”
그게 2021년 일이에요. 무려 3년 전이었죠.
아이들은 “엄마, 너무 성급한 거 아냐?” 하고 쿡쿡 웃었지만,
저는 진심이었고, 이후 단 한 번도 계획을 바꾸지 않았어요.
부모님께도 전한 초대장
여행을 좋아하시는 정정하신 부모님께도 바로 소식을 전했어요.
“2024년 4월, 그리스로 떠나요! 건강과 여비, 잘 준비해두세요~”
처음엔 설마 했지만, 1년에 한 번씩 리마인드를 해드렸더니
1년 전부터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더니,
작년 여름부터는 정확한 날짜를 물어보시기까지 하셨어요. 😄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우리 부부는 한미 국제 커플이에요.
남편은 미국인으로, 올해 70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에너지 넘치고 젊어 보여요.
결혼한 지는 12년째, 저는 재혼이고 남편은 초혼입니다.
지금도 가끔은 제가 '사랑에 눈이 먼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콩깍지가 확실하죠~ 😊
저에겐 세 자녀가 있어요:
- 첫째 아들: 한국에서 직장 생활 중
- 둘째 딸: 저와 함께 미국에서 사업 중.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내다 한국에서 힘든 시간을 겪은 후 다시 돌아와 자리를 잡아가는 중
- 셋째 딸: 싱가포르에서 미국 기업 세일즈포스에 근무 중
한국, 미국, 싱가포르에 흩어져 살아가다 보니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거의 기적에 가깝죠.
게다가 제 남동생 가족은 호주와 뉴질랜드에 사는데, 남동생을 본지 23년이나 된거에요.
이번에 남동생가족도 초대했어요.
그리고 영국에 사는 이태리 사람, 마르코, 이 가족같은 젊은 친구도 생일 축하를 위해 기꺼이 함께 해 주었어요.
그래서 이 여행은 저에게 최고의 생일 선물이 되었답니다.
우리 가족, 요트 여행 어떨까?
‘와이프에게 이벤트 해주기로 유명한 배우 최수종 씨.’
저는 그분을 볼 때마다, 너무 공감이 됩니다.
아마 저분도 저처럼, 뭘 하면 재미있을까? 뭐가 기쁠까?
이벤트 아이디어가 저절로 머릿속에 퐁퐁 떠오르지 않을까요?
저 역시도 기념일이나 생일처럼 특별한 날이 다가오면
"이번엔 뭘 하면 더 기억에 남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MBTI보다는 애니어그램 7번인 제 성향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7번은 열정적이고 재미있는 걸 좋아하고, 늘 뭔가 즐거운 일을 꿈꾸는 사람.
딱 제 얘기죠. 😊
그래서였을까요.
이번 생일은 꼭 뭔가 특별하고 즐거운 걸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머릿속에 떠오른 게 바로...
" 그리스 요트 여행!"
"아, 이거다!"
섬나라 그리스, 어디부터 가야 할까?
그리스를 여행지로 떠올렸을 때,
머릿속을 맴도는 이미지는 늘 '섬'이었어요.
누군가가 말했던 것 같아요.
“그리스에 가면 꼭 섬에 가야 해요.”
막연하게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지도를 펼쳐보니 섬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옥색빛 바다 위를 부드럽게 떠다니는 요트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순간,
번쩍!
"그래! 요트여행이다!"
생각보다 안 비싸네? 가족 단톡방에 바로 문자
곧바로 요트 렌트 비용을 검색해봤어요.
그 당시 (4년 전 기준), 하루 임대료가 300~500불 선이더라고요.
요트 가격을 생각하면 너무 저렴한 수준 아닌가요?
그래서 바로 아이들 단톡방에 이렇게 보냈습니다:
"우리, 그리스에서 요트 여행하면 어때?
가격도 괜찮고, 십시일반으로 분담해서 섬 몇개 돌면 좋을 것 같지 않아?"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으니, 이 정도는 다 같이 부담할 수 있겠지 싶은 마음이었죠.
그러고는 혼자 막 들떴습니다.
"와, 내 아이디어, 진짜 근사해!"
"이건 완전 생일 여행 레전드급이야!"
그런데... 이미 서양 가족들 사이에선 흔한 일?
그런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 하나에 좀 놀랐어요.
막내딸 친구 케일라의 엄마가 60세 생일을 맞아,
가족 모두가 그리스에서 요트 여행을 했다는 거예요.
순전히 제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누가 내 아이디어를 훔쳐간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리스에서 요트 렌트가 의외로 흔한 일이었나 봐요.
그러니까 이런 요트 투어 사업이 잘 되는 거겠죠.
제가 예약한 크리스티아나 VIII
요트 렌트 사이트에 나온 요트중 가장 큰 배였어요.
드디어 예약! 12명이 타는 세일링 요트
결국 저는 제작년 9월, 미리 예약을 마쳤어요.
무려 6개의 캐빈이 달린, 12인용 세일링 요트!
구성원은 이렇습니다:
- 우리 부부
- 아들과 여자친구
- 막내딸과 남자친구
- 부모님
- 둘째 딸
- 제 여동생
- 뉴질랜드에 사는 남동생 부부
정확히 6쌍, 총 12명이 한 배에 오르게 되었죠.
이 요트는 대형 세일링 요트였고, 가격은 다음과 같았어요:
- 요트 임대: $3,700
- 선장(캡틴) 고용: €1,500
- 기타 식료품 및 부대비용: $300~$400
3년 전 (예약 댱시 기준)보다 요트 가격이 좀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세일링 요트이기 때문에 훨씬 저렴한 축에 속해요.
모터 전용 요트는 캐빈도 적고,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싼 경우가 많거든요.
결정하자마자 전체 비용의 절반을 먼저 입금하고,
그렇게 저희 가족의 그리스 요트 여행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https://bookenrich.com/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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