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기 Day 3] 독일 블랙 포레스트와 뻐꾸기시계 이야기

우리가 사랑하는 독일의 작은 보물들

저희 부부가 특별히 애정하는 독일 제품이 몇 가지 있습니다.
보쉬, 필립스, 미엘처럼 품질 좋은 전자제품은 물론,
수집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들도 있어요.
바로 뻐꾸기시계와 호두까기 인형입니다.
특히 Steinbach(스타인바흐)라는 브랜드의 호두까기 인형은
표정 하나하나에 개성이 살아있어서 더욱 특별해요.

 

스타인바흐 호두까기 인형의 진짜 매력은 ‘수공예의 섬세함’에 있어요.  
독일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5대에 걸쳐 이어져온 가족 브랜드로,  
각 인형은 장인의 손으로 하나하나 조립되고 채색됩니다.  
눈썹, 콧수염, 군복 단추 하나까지 모두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마치 ‘작은 인형극의 주인공’처럼 느껴지죠.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이 인형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동화 속 마을에 들어선 것 같은 설렘이 생깁니다.

제가 가르쳤던 한 가족도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벽난로 위에 스타인바흐 인형을 하나씩 늘어놓곤 했는데,
보스톤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매년 하나씩 보내주신다고 해요. 
그 스토리와 풍경이 얼마나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도 다짐했어요.

"나중에 손주가 생기면, 매년 하나씩 선물해줘야지."

지금도 매해 한 두개씩 소중히 모으고 있답니다. 
 

매년 한두개씩 늘어나는 모습이 아주 뿌듯해요. 올해는 피아노 위가 부족해서 다른 곳에도 나누어 놓았답니다.

 

전설 속 블랙 포레스트와 뻐꾸기시계

또 하나,
독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뻐꾸기시계입니다.
세계 최고의 정확성을 자랑하는 독일 시계 중에서도
Black Forest (Schwarzwald) 지역에서 만들어진 뻐꾸기시계는
전통과 품질 모두 인정받고 있어요.
슈투트가르트에서 차로 남서쪽으로 약 두 시간.
산을 따라 이어지는 굽이굽이 길을 달리다 보면,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들이 나타납니다.
이곳이 바로 블랙 포레스트.
항상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죠.

 

블랙 포레스트 지역은 단지 자연이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장인 문화의 뿌리가 깊이 남아 있는 곳이에요.  
뻐꾸기시계, 목각 인형, 손으로 조각한 소품들까지  
모두 오랜 기술과 시간의 정성이 깃든 결과물들이죠.  
지역 상점들에 들어서면, 진열장마다  
이야기를 품은 시계와 장식품들이 관광객을 맞이합니다.  
그 분위기만으로도, 마치 살아 숨 쉬는 민속 박물관 같답니다.

 

블랙포레스트 마을

 

블랙 포레스트 마을

 

드라이브 도중 동네 작은 호텔 내부에 있는 카페에 들러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Schwarzwälder Kirschtorte)를 주문했습니다.  
촉촉한 초콜릿 시트와 체리 콤포트, 휘핑크림이 겹겹이 쌓인 전통 디저트였죠.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달콤하면서도 깊은 맛에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독일산 체리 브랜디가 은은하게 배어 있어 성숙한 풍미가 났고,  
이 조각 케이크 하나에 담긴 전통과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잔잔한 물소리가 흐르는 작은 개울 옆 테이블에서  
그날의 여유와 풍경을 오래도록 음미했답니다.

 

사람 크기의 뻐꾸기시계!

 블랙 포레스트에는
실제 집 크기만 한 거대한 뻐꾸기시계가 세 군데나 있어요.

• 매 시간마다 쿠쿠 쿠쿠 하며 뻐꾸기가 등장하고,
• 사람이 직접 나와 종을 울리고,
• 커플이 춤을 추는 퍼포먼스도 펼쳐집니다.

사람 키만 한 피겨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아이처럼 눈이 반짝였어요. 

 

이 거대한 뻐꾸기 시계는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정각마다 펼쳐지는 ‘움직이는 공연’처럼 느껴졌습니다.  
쿠쿠 소리와 함께 나무 문이 열리고,  
중절모를 쓴 남자 피겨가 종을 치고,  
전통 의상을 입은 커플 인형이 음악에 맞춰 회전하며 춤을 추지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되는 순간입니다.  
정교한 기계장치와 예술적인 조각, 그리고 전통 음악까지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눈앞에서 보는 듯했어요.  
실제 현지 장인들이 수년간의 설계와 손작업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하니,  
그 가치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이었습니다.

 

제가 저 오른쪽 사람 피겨보다 더 작았다고 하면 그 크기가 가늠되시나요?

 

스티븐과 뻐꾸기시계의 인연

 
남편 스티븐은
뻐꾸기시계(cuckoo clock)를 참 좋아합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 속,
아이들이 "쿠쿠 쿠쿠" 노래를 부르던 장면 기억하시나요?
영어로 뻐꾸기 시계를 쿠쿠클락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쿠쿠클락이라고 할 때마다 이 장면이 떠올라요.
그래서 그런지 그 순수하고 해맑은 느낌이
스티븐에게서 종종 느껴지곤 해요. 😊
 
몇 해 전,
스티븐은 에스테이트 세일(Estate Sale)에서
해체된 고물 뻐꾸기시계를 발견했어요.
단돈 25달러.
줄도, 추가도, 시계 몸체도 모두 따로따로…
겉보기엔 정말 "쿠쿠" 그 자체였죠. 😅
하지만 스티븐은
그 시계를 꼭 살리고 싶어 했고,
저는 겨우겨우 오래된 시계를 수리하는 곳을 찾아주었습니다.

 

1860년대의 앤티크, 우연처럼 찾아오다

 
일주일 뒤,
고쳐진 시계를 찾으러 간 시계점.
벽을 가득 채운 수백 개의 시계들 사이에서,
우리의 뻐꾸기시계가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주인장께서 말씀하셨어요.

"이건 블랙 포레스트 제품이에요.
아마 1860년대에 만들어진 걸 겁니다."

 
오호라! 이게 웬 횡재인가요?
소가 뒷걸음질치다 쥐를 잡은 줄 알았어요.
하지만 사실,
스티븐은 우연히 산 게 아니었어요.
원래 눈썰미도 좋고,
앤티크를 보는 안목이 꽤 뛰어난 사람이거든요.
그 뒤로 저희 집엔
뻐꾸기시계가 하나둘 늘어나 지금은 다섯 개.
그 중 하나는 아직 집 한구석에 누워 있답니다.
좁은 집에 다 걸어둘 수가 없거든요.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블랙 포레스트 뻐꾸기 시계

 

숫자와 함께하는 독일식 대화

 
하루 종일
현지 가이드 역할을 해준 피터와 일세 부부 덕분에
블랙 포레스트를 깊숙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다니면서 재미있는 걸 하나 발견했어요.
숫자.
독일 분들은 대화할 때
꼭 거리나 시간 같은 정보를 숫자로 정확히 덧붙이더라고요.
“내일은 튜빙엔을 갈 예정이야. 3K.”
“전에 어디 어디를 갔는데, 멀더라고. 7K.”
처음엔 K가 뭐지? 싶었는데,
킬로미터(Kilometer)를 줄여서 그렇게 말하는 거였어요. 
또 하나, 자주 들은 단어가 있었어요.
'피아(Pia)'.
처음엔 여성 이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독일식으로 부르는 피에르(Pierre)였더라고요.
이름이 너무 예쁘다 생각했는데... 하하, 피에르였다니!
그리고 다음 날,
저희는 드디어 그 '피아'를 직접 만나게 됩니다.

 

 

작은 요약

Day 3은
시간을 품은 블랙 포레스트에서,
숫자와 전통,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난 하루였어요.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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